하와이 넷째날#2 - 요리 무엇?
밥먹을 시간이 되었다. 우선 밥을 안쳐 놓았다. 그리고 낮에 사온 스테이크를 요리하기 시작했다. 고기 세 덩어리에 소금과 후추 약간을 뿌려주고 잠시 옆에 두었다. 추가로 사온 브로콜리는 잘 씻어서 끓는 물에 살짝 데쳤다. 버섯도 잘 씻어서 잘라 놓았다. 그리고나서 뭘 해야하지? 잠시 고민하다가 브로콜리와 버섯을 먼저 볶아주기로 했다. 올리브 오일로 볶아줬다. 사실 올리브 오일 밖에 없다.
이게 맛있을지는 모르겠으나 할 수 있는게 이것 밖에 없다. ㅠㅠ 너무 무모한 도전이 아니었나 잠시 후회했다. 처음에는 브로콜리와 버섯을 함께 넣고 볶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 다시 버섯을 골라내고 브로콜리만 볶았다. 다음은 버섯.
볶은 브로콜리와 버섯을 따로 접시에 담아두고 고기를 구웠다. 우선 센 불에 앞 뒤로 구워 육즙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 하려고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여기있는 전기 레인지가 화력이 약하다. 조금 오래 켜두면 금방 바이메탈이 작동하여 불이 꺼지고 만다. 한쪽은 어찌어찌 구웠는데 반대쪽을 구우려고 뒤집으니 불이 꺼져버렸다. 대략 난감이었다. 어쩔 수없이 잠시 껐다가 다시 켜는 수 밖에 없었다. 새어나오는 육즙을 보며 망연자실 했다. 스테이크는 고기만 잘 구우면 되는데 그걸 망치고 있는 것이었다. 애들 말로 폭망하고 있는 중이었다.
잠시 후에 다시 켜니 불이 들어왔고 속으로 제발 제발을 외치고 있었지만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육즙빠진 고기가 거의 다 익어 갈 때, 잠시 인터넷을 검색했다. 뭔가 도움이 될 만한게 있을까? 없었다. 나처럼 실수 한 사람들은 글을 안올리나 보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었다. 내가 사온 소스가 신맛이 난다는 거였다. 망한 고기, 소스로 살릴 수 있을까 했는데 이건 업친데 덥친격, 뺨 맞았는데 발까지 밟힌 격이었다. 오늘 저녁, 아이들이 걱정된다.
용제 아빠가 챙겨준 장조림 통조림을 상에 추가로 올렸다. 밥 먹는 내내 장조림이 맛있다고 한다. 그런데 얘들아 고기는 맛있니?
아이들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역시나 소스에서 신 맛이 난다고 한다. 소스를 걷어내고 먹어보라 권했다. ㅠㅠ 아빠가 미안하다~~! 밥을 다 먹고 다시 물었다. 오늘 저녁 점수는 몇점이니? 태후는 99.9점, 용제는 95점. 뭐... 뭐라고? 이게? 90점이 넘는다고? 애들이 엄청 배가 고팠나? 오랜만에 먹어서 고기 맛을 잊었나? ㅠㅠ
얘들아 고맙다. 맛없는 스테이크 먹어주고 후한 점수까지 줘서~~!
다음 번에는 그냥 고기로 구워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