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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아이들에게 힘든 날. 카에나 포인트에 가는 날이다. 카에나 포인트에 간다고는 한국에서 부터 말해줬다. 왕복 8Km를 걸어야 한다고... 아이들도 힘들것으로 예상했는지 카에나 포인트에 가는 것에 대해 며칠 전부터 물어보곤 했다. 비오면 어떻게 해요? 우리가 갈 수 있을까요? 내가 있잖아~ 갈 수 있어!

  나도 긴장하긴 마찬가지였다. 11년 전에 갔을 때는 진흙도 많았고 심지어 파도 혹은 큰 비에 휩쓸려 도로가 끊긴 곳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기 가면 엄청 큰 갈매기, 알바트로스와 하와이안 물개를 볼 수 있다. 책에서나 볼 수 있는 것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 가까운데서. 경치도 아름답고 바람도 시원하다. 꼭 데리고 가고 싶었다.

  준비는 철저해야 한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우비와 방한 담요(은박지로 된 응급 담요), 아이들과 나를 연결 해 줄 밧줄, 나침반과 온도계가 같이 붙어 있는 호각. 월마트에서 샀다. 월마트 조아~~!

  등산용 버클과 줄을 이용해서 안전 띠를 만들고 아이들에게 하나씩 줬다. 우비와 담요도. (현지에서는 전혀 쓸모가 없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음... 다행이군)

  아침은 계란말이였다. 계란 4개를 풀고 양파, 파, 마늘(앗... 당근을 빼먹었다)을 넣어준 다음 마구 휘저었다. 소금 간을 하고 프라이 팬에 올렸다. 프라이 팬이 작아 익히고 접고 달걀 붓고 익히고 접고를 반복해 완성. 이쁘게는 되지 않았지만 맛은 있었다. 점점 실력이 늘어간다. 아이들은 양파가 맛이 없다고 양파를 빼고 먹었다. 에혀~! 밥은 누룽지.

  점심은 카에나 포인트에서 무스비를 먹기로 했다. 무스비는 주먹 밥에 햄, 달걀, 베이컨 등을 올리고 김으로 묶은 일종의... 주먹밥이다. 여기 사람들 이거 많이 먹는다. 출발 하기 전에 근처 무스비 맛집에서 샀다. 꽤 유명해서 줄을 서야 살 수 있다.

  아이스 가방에 어제밤부터 얼린 물 세병 그리고 찬 물 각각 한 병씩 준비해서 출발했다. 무스비도 아이스 가방에 넣어 주었다. 이제 출발~!


  가는 길은 서쪽 해안도로였다. 왼쪽으로는 바다가 펼쳐지고 오른쪽으로는 하와이의 험준한 산맥들이 펼쳐졌다. 장관의 연속이었다.

  포장 도로가 끝나는 부분에 주차를 하고 챙겨온 것들 중 먹을 것과 물 그리고 긴급 구호 용품을 가방에 담았다. 이제 부터 트래킹이다. 트래킹을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물었다. 길이 험한지. 처음에만 잠깐 진흙이 보이고 그 이후로는 아주 좋단다. 다행이다. 그리고 둘러보니 사람들이 꽤 다닌다. 2008년에 왔을 때는 사람이 없었는데... 유명세를 탄 것인지 아니면 오늘 날이 좋아서 그런 것인지. 다행이다 싶다. 하늘은 구름이 껴서 햇빛도 막아 주고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줘서 아이들이 트래킹 하기에는 딱 좋은 날씨다. 애들이 복이 있나보다.

  가는 길에 멋진 풍경이 나오면 작품활동(?)도 했다. 어디에 멈춰서도 작품이지만...

  아이들이 거의 지쳐갈 때 쯤 목적지에 도착했다. 철조망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안내판이 나오고 바로 알바트로스의 서식지다. 거센 바람을 이기며 날아 다니는 알바트로스를 보면 아이들이 감탄 했다. 엄청 크다며 놀라 핸드폰을 꺼내들고 다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바로 이놈들을 찍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오하우 섬의 가장 서쪽 끝에 도착했다.

  이런 곳에서 밥을 먹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배가 고파서 자리를 깔고 밥을 먹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왠지 우리의 흔적을 남기면 벌 받을 것 같아서 흘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바람에 비닐 봉지가 날아가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래도 밥은 언제나 맛있다.

  그리고 잠시 뒤에 하와이안 물개들을 만났다.(이녀석들이 물개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참고로 바위 색깔과 비슷하고 낮잠을 자느라 움직이지 않아서 마음 착한 사람에게만 보인다.

  아쉽지만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4Km을 걸어왔고 다시 4Km을 걸어가야 한다. 다시 고된 행군을 시작할 시간이다.

  오는 길에 우연히 발견한 블로우 홀을 촬영했다.(발견은 오는 길에 하고 촬영은 가는 길에 했다) 파도가 크게 치면 공룡 울음 소리가 난다. 더 크게 치면 물이 치솟을 테지만 오늘은 그렇게 큰 파도가 없었다. 그리고 한가지 아쉬운 점은 자연 발생이 아니라 인공으로 만든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밟고 있는 이 바위 밑에 바다 물이 보인다면... 이 바위 밑에 큰 구멍이 있어서 거기로 바닷물이 들어온다는 거겠지?

  어렵게 다시 차로 복귀. 신발 안에 잔뜩 들어간 모래를 제거하고 차량에 탑승. 오늘은 집에 가서 무스비에 라면을 끓여 먹기로 했다. 아쉬운 복귀(나한테만 ㅋㅋ)지만 돌아오는 길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위안이 되었다. 정말 하와이 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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