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일차... ICC 수업은 마지막 날이었다. 너무 아쉽지만 돌아가야 한다. 아직 해 볼게 많은데... 아이들을 데려다 주고 10층에서 잠깐 여유를 즐긴 후 바로 하와이 대학교(University of Hawaii) Manoa 캠퍼스로 갔다. 지금으로 부터 어언 11년 전, 그러니까 2008년에 여기서 한달간 머물며 영어 공부를 했었다. 그러니까 추억의 장소다. 꼭 와보고 싶었다.

  숙소였던 기숙사, 점심 먹으러 들렀던 학생회관, 수업을 들었던 인터내셔널 컨퍼런스 센터, 시내 가려고 버스 탈 때 항상 거쳤던 싱클레어 써클, 도서관과 서점... 모두 그대로일지 궁금했다. 괜히 설레었다.

  ICC에서 A번 버스를 타고 마노아 캠퍼스로 향했다. 이 버스를 타면 마노아 캠퍼스의 싱클레어 서클에 내릴 수 있다.

싱클레어 서클 옆에 있는 University of Hawaii Foundation 앞

학생회관 앞

인터내셔널 컨퍼런스 센터

해밀턴 도서관

  정말 옛 추억이 새록새록이었다. 한 발짝씩 꼭꼭 밟아 걸어보고 냄새도 맡아보고... 그 때 그 풋풋한 냄새가 느껴지는 듯 했다. 추억에 잠기다 보니 내가 10년은 젊어진 것 같았다. ㅋㅋ. 잠시 해밀턴 도서관에서 여유를 즐겼다.

  교정을 걸으며 잠시 옛 생각도 했다. 그 때 그친구들은 이제 어엿한 직장인이 되어 제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다. 박철환, 노길영, 박박사(이름이 잘 기억 안 남 ㅠㅠ 미안) ㅋㅋㅋ 

  기분 좋다~!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추억에 잠기고 잠시나마 젊어졌다. 여기 오길 잘했어. 나중에 태후도 나처럼 옛 생각을 하면서 하와이 이곳 저곳을 다니겠지? ㅋㅋㅋ 눈에 그려진다.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청소, 빨래 늘상 하는 일이지만 오늘은 좀더 신중했다. 짐을 싸야 하니까... 아.. 그리고 오늘 ICC 선생님들에게 아이들이 선물을 전달하는 날이다. 3시까지 늦지 않게 ICC로 가야한다. 어제 미리 얘기를 해서 3시 부터 선물을 전달(?)하기로 했었다. 빨래 하는 동안 점심도 후딱 해치우고 설거지까지 마무리 ㅋㅋ 이제 주부 다 됐다. 이정도는 금방 뚝닥.

  선물을 싸들고 ICC에 도착하니 아이들은 Magic Workshop 중 이었다. 그리고 약속한 시간이 되어 선물 증정식. 한 분 한 분 돌아가며 전달 했다. Thank you teacher. I will miss you.

  마지막 사진은 Teens 반의 Kaan 선생님인데 태후가 이분도 줘야 한다고 했다. 다음 번에 하와이 오면 이 선생님과 같이 트래킹도 해보기로 했다. 꼭 다시 와야지. ㅋㅋ

  스태프인 Murat 선생님은 오늘 일찍 퇴근해서 10층 데스크에 남겨두었다. 아 그리고 같이 등교하던 지호, 지윤에게 줄 용제의 책갈피도 역시 10층 데스크에 맏겨두었다.

  태후는 원래 부끄러워서 이런거 잘 못하는데 선생님께 고맙다고 그리울 거라고 말도 잘하고 담임이었던 Cindy 선생님과 허그도 했다. 태후도 아쉬웠던 모양이었다. 지난 3주간 함께 했던 ICC, 그리고 선생님들 안녕. 다시 꼭 올게요. 그 때 또 봐요~~!

  숙소로 오는 길에 월마트에 들러 한국에 가져갈 쵸콜릿을 샀다. 둘 다 똑 같은 것으로 8개씩... 직접 자기들이 골랐다.(나는 개입 전혀 안함 ㅋㅋ) 둘이 상의 하면서 잘 고른다. 최대한 $5 넘지 않는 선에서 골랐단다. 용제는 열쇠 고리, 자기 것과 예린이 것을 추가로 구입했다. 예린이가 귀찮다면서 또 챙기기는 한다. ㅋㅋㅋ

  나는 커피 그라인더, 커피 원두 그리고 마우이 쿠키를 샀다. 한국에 가져갈 게 꽤 많아졌다. 그러나 걱정 없다. 한국에서 가져온 음식들을 거의 다 먹어서 트렁크에 자리가 많이 남는다. ㅋㅋ

  숙소에 돌아와서 밥을 먹었다. 업그레이드 김치 참치 햄 찌게. 이거 거의 부대찌게 수준이다. 앗... 라면 사리를 안 넣었다.

  저녁에 Hilton Hawaiian Village 에서 하는 불꽃놀이를 보러 가기로 했다. 매주 금요일마다 숙소에서도 들릴 만큼 큰 소리로 빵빵. 태후도 궁금해 했었다. 오늘은 드디어 이거 보러 간다. Hilton Hawaiian Village에 인공으로 만든 라군이 있는데 거기서 행사를 한다. 매주 금요일 7시 40분 정도에 한다. 열심히 걸어가서 자리를 잡고 잠시 기다리니 불꽃 놀이가 시작되었다. 영상을 촬영을 했는데 약 4분 20초 정도가 700MB가 넘는다... 여기 못올린다... 500MB 제한... 눈으로 직접 보는게 최고~~!

  돌아와서 짐정리를 시작했다. 남자 아이들 둘을 데리고 있다 보니 할게 더 많다. 이럴려고 내가 여기 온거니 기꺼이 정리 한다. 다만 빼 놓거나 잊고 가지 않도록 해야해서 약간 불안하기만 할 뿐~!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아쉬운 하루 였다. 떠나는 날이 코앞이라서... 그래도 내일은 고래보러 가야하니까. 이제 푹 쉬자. 아 참. 날씨가 갑자기 좋아지고 있다. 내일도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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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후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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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과 오전 비행기를 타는 일요일을 제외하고 2일 남았다 금, 토. 이제 슬슬 복귀 준비를 해야한다. 뭐라도 하나 두고 떠나면 영영 찾을 수 없게 되니까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비행시간이 정해져 있어 그때까지 빠짐없이 짐을 챙겨야 한다. 아이들에게도 미리 일정을 이야기 해줬다. 금요일 오후에 수업 끝나고 한국에 가져갈 선물을 살 것이고, 토요일에 입고 쓸 것들을 제외하고 금요일 저녁에 짐을 정리할 것이라고. 

  비행 전 짐을 쌀 때마다 뭔가 오묘한 감정이 든다. 다시 오기 어려운 곳을 떠나가니 이런 감정이 안 들 수 없다. 도착했을 때 가졌던 해방감, 새로운 곳을 가보고 안먹던 음식을 먹어보고 모르는 사람과 대화하면서 느꼈던 감정을 이젠 책장속에 고이 덮어두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가보고 해본 것에 대한 즐거운 기억 보다는 못가본 곳 안 해본 일에 대한 아쉬움이 더하는 시간이다. 물건들을 챙기는 것보다 마음을 챙기는게 더 힘들기도 하다.

    

  내일 부터의 일정을 수첩에 적어봤다. 금요일에는 예전에 갔던 하와이 대학을 가보고, 우동 맛집에 들릴것이다. 집에서 빨래를 하고 아이들과 월마트, 돈키호테에 들러 한국에 가져갈 선물을 사고, 저녁에 힐튼 하와이안 빌리지에서 하는 불꽃 쇼를 볼 것이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짐을 싸야지. 토요일에는 빨래와 청소를 하고 무스비를 사서 Star of Honolulu를 타고 Whale Watching을 다녀올 것이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아이들과 Surfing을 할 것이다. 날씨의 도움이 극히 필요하다. 제발~~

  남은 음식도 정리해 봤다. 이제 미리 메뉴를 정하고 남는 음식 없이 다 먹고 가야 한다. 그래도 남는다면 아는 사람들에게 주고 간다. 어째 캔 몇개가 남을 것 같다. 헐. 알차게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남다니...

  오늘은 아이들이 수영하러 가는 날이었다. 그런데 날씨 때문에 못간다고 한다. 디즈니 영화 시청이 준비되어 있었다. 비고오 날 추워서 애들 감기 걸리기 딱 좋을 텐데 좋을 결정이라고 생각됐다. 덕분에 나도 좀 쉬고. ㅋㅋ

  오늘 아이들에게 준 퀴즈는 1부터 9까지 숫자 중에 9가 무서워하는 숫자는 무엇이고 이유는 또 무엇인가 였다. 선생님께 여쭤보면 잘 설명해 주실 것이다. ㅋㅋ 선생님께 부탁하고 10층에서 여유를 가졌다. 내일과 모래 일정도 10층에서 적은 것이다. ㅎㅎ 오늘은 빨래 안하는 날이라서 좀 더 여유를 부려봤다. 어차피 비와서 밖에 나가면 손해다. 랩탑을 펼쳐 놓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겼다.

  집에 돌아와 집안 일을 잠깐 해 놓고 다시 ICC로 갔다. 약간 일러서 10층에서 여유를 부리고 있는데 엄청난 무지개가 뙇. 바로 캠을 꺼내 촬영을 했다. 이거 눈으로 직접 봐야 하는데... 카메라로 담기에는 너무 아름 다웠다. 자세히 보면 쌍 무지개다. 토요일 날씨가 좋을 거라는 '약속'이었으면 좋겠다.

  시간이 되어 16층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퀴즈를 풀었냐고 물었다. 대답이 시원치 않다. 선생님의 말을 제대로 못 알아 들은 모양이었다. 한국말로 설명해 줬다. 세븐 에잇 나인. 에잇은 원래 eight인데 eat의 과거형인 ate와 발음이 같다. 다시 말해서 세븐 에잇 나인은 '세븐이 나인을 먹었다'로 들릴 수 있다. 그래서 나인은 세븐을 무서워 한다. 예전에 자신을 먹었기 때문에 또 잡아 먹힐까봐 무서워한다. 동사 과거형을 가르치기 좋은 문제였는데... 여튼 선생님이 오늘 과거형에 대해 가르쳐 줬다고, 문제하고 관련이 있어서 신기하다고 했다. ㅋㅋㅋㅋ

  집에 오기 전에 돈키호테에 들렀다. 한국 갈 때 사갈 선물들을 미리 보기 위해서 였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지금 사도 될 만 했다. 그래서 샀다. 열쇠고리, 자석, 수첩, 병따개. ㅋㅋㅋ 이런게 선물로는 딱이지. 아이들도 선물 고르는 재미에 푹 빠졌다. 내일은 월마트에 들러서 초콜릿, 마카디미아, 마우이 쿠키를 사볼 예정이다.

  집에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어떤 할머니들이 태후에게 장난을 걸었다. 옆구리를 간지르며 간지름 잘 타냐고 물었다. 태후는 '노'라고 대답했다. 순간 주위 사람들이 귀엽다며 모두 웃거나 미소를 지었다. 태후의 귀여움은 여기서도 통하는 모양이었다. 태후가 입은 ICC 티셔츠에 관심을 보이며 여기 사느냐, 학교 다니녀 여러 가지를 물었다. 태후는 꿀먹은 벙어리였다. ㅋㅋㅋ 내가 대신 대답해줬다. 태후야~! 다음에는 니가 대답해~1

  집에와서 김치 찌게를 끓여먹고... 이제 김치 찌게는 식은 죽 먹기다. 용제가 다음번에는 햄을 넣어서 부대 찌게 처럼 만들어 달란다. 오케이 콜~! 내일은 부대찌게(음... 마루카미 우동은 언제 먹으러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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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후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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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부터 비가 내렸다. 요즘이 하와이의 우기(겨울)이기는 하지만 지난 주까지는 스콜처럼 잠깐 내리고 그쳤다. 그런데 이번 주는 좀 다르다. 특히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오락 가락 했다. 비가 왔다 하면 장대비 였다. 날씨를 확인 했다. 그런데 ㅠㅠ 이번 주 내내 비다. 토요일에는 Thunderstorms 란다. 토요일에 고래 보러 가기로 했는데... 이거 실화냐?

  펀치 보울도 가야하고 서핑도 해야하는데 날씨가 안 도와 준다. 지금 하와이 현재상황은... 아래 그림과 같다. 녹색 선들이 바람을 표시하는 건데... 오아후를 사정없이 때리고 있다. 바다에서 오는 바람이라 습기를 잔뜩 머금었을 건데 섬을 지나면서 다 쏟아내고 있는 것 같다. (하와이 현재상황)

  아침은 간단히 토스트였다. 구운 빵에 쨈을 바르고, 달걀, 햄, 토마토를 올려서 먹었다. 태후는 우유, 용제는 물과 함께 먹었다. 그리고 ICC로 출발. 이제 지겨워지기 시작한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용제의 우산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ㅋㅋ

  아침에 태후와 용제에게 영 단어 퀴즈를 줬다. 이 세상에서 가장 긴 영어 단어는? 넌센스 퀴즈인데 모르겠으면 선생님께 여쭈어 보라고 했다. 맞추면 맛있는거 준다고 했다. 먹고 싶으면 선생님께 여쭈어서 라도 풀어 오겠지. 선생님께 질문 하려면 영어로 해야해서 애들에게 주는 적당한 미션이라고 생각 되었다. 선생님들께는 아이들이 물으면 답을 알려주고 정답인 이유를 잘 설명해 달라고 부탁드렸다.

  아이들 데려다 주고 나는 10층에 들러 잠깐 여유를 가졌다. 좋다~~! 이번 주 일요일 비행기를 타야하니 조금씩 준비를 해야했다. 그래서 월마트와 돈키호테에 들렀다. 우선 선물은 어떤 것으로 살지 살폈다. 코나 커피, 초콜릿, 마카디미아, 마우이 쿠키 이런 것들이 후보다. 마우이 쿠키는 정말 맛있었다. 퀴즈를 풀어오면 아이들에게 선물로 줘도 되겠다 싶었다. 이거 선물로 사가야 겠다.

  점심 시간 즈음 ICC에 들러 아이들 밥 잘 먹는지 봤다. 그런데 Staff 중 한명인 Murat이 도시락을 나에게 건냈다. 아니라고 괜찮다고 했는데 남는 것이라고 다시 권했다. ㅎㅎ 이런 고마울데가... 아이들이 어떤 것을 먹는지 확인할 겸 받아서 먹어봤다. 꽤 먹으란 했다. 어떤 아이들은 맛이 없다고 하던데 이정도면 괜찮다 싶었다. 태후에게 물으면 항상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고 하는데 그럴 만  했다.

  집에 와서 또 청소, 설겆이... 오늘은 빨래도 해야했다. 이불도 하나 빨았다. 세탁기가 해주니 편하다. 말려주기까지 ㅋㅋ 집안일이 끝나고 아이들을 데리러 갔다. 그런데 비가 여전히 내렸다. 이번 주 왜이럴까?

  ICC에 도착해서 아이들을 만났다. 영어 단어 퀴즈의 정답을 확있했다. smiles. 선생님께 정답을 받았던 모양이었다. smiles는 S와 S 사이에 mile(길이의 단위로 약 1.6Km)이 있으므로 세상에서 가장 긴 단어는 smiles이다. 답을 맞췄으니 마우이 쿠키를 주기로 했다.

  오후 Activity는 Hardware Science였다. 못 12개를 세우는 것과 쇠고랑에 목걸이 줄 감기(?), 그리고 새 균형 잡기를 했다고 한다. 쇠고랑에 목걸이 줄 감는 도구는 하나씩 나누어 줬는 모양이었다. 집에 와서 계속 도전했다. 잘 안 되기는 하지만 가끔 된다. 그걸 또 용케 촬영했다. ㅋㅋ

  오늘은 애들에게 닭 볶음탕을 해주기로 한 날이었다. 요리 재로는 이미 사다 놨고 레시피만 있으면 된다. 인터넷을 검색했는데 맛있게 하려면 부족한 재료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걱정 없었다. 난 할 수 있으니까 ㅋㅋㅋ 중요한 고추가루가 없다. 숙소 근처 Food Pantry에 달려가 고추 비슷한 것을 샀는데 이놈 꽤 맵다. 아.. 버섯도 샀다. 재료를 모두 꺼내 확인하고 씻고 잘라 준비 했다.

  처음에 닭을 잘 씻어 물로 끓였다. 설탕도 살짝 넣어줬다. 한국이라면 꿀을 넣었을 텐데... 에혀... 화력이... 거의 30분 정도(기분상으로) 기다렸던 것 같다. 아.. 중간에 된장을 풀어 넣었다. 닭 냄새가 나면 안되니까. ㅋㅋ 기다리기 지루해서 마늘을 썰었다. 된장찌게, 김치찌게에 들어가는데 시간 날때 해놔야지 싶었다. 빠을 수 없으니 최대한 작게...(영상은 태후가 찍어 줬다. 고마워~~!)

  닭을 품은 물이 슬슬 끓기 시작했고 감자, 당근, 양파를 넣었다. 이때 요리수도 함께 넣었다. 간장이 없어 된장과 요리수로 대신한 것이었다. 또 한참을 기다렸다. 애들이 배고플까봐 걱정되었다. 마우이 쿠키로 시장기만 재워두게 했다.

  다시 팔팔 끓어서 고추, 파, 마늘, 버섯을 넣었다. 또 기다리기... 밥은 벌써 다 되었다. 참... 요즘 우리가 먹는 일본 쌀 꽤 맛있다. 작은거 하나 사갈까? ㅋㅋ 한참을 지나 다시 끓기 시작했다. 간은 약간 싱겁지만 계속 졸여주면 짭짤해 진다. 빨이 쫄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다시 기다렸다. 그런데 물이 잘 줄어들지 않았다. 왜지? 왜 이렇게 물이 많지? 그때 깨달았다. 내가 물을 너무 많이 넣었다는 것을... 이 화력에 물이 쫄아들기를 기다린다면 내일 아침이나 되서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그냥 먹는 수 밖에...

  상을 차리고 아이들을 불러 먹으라고 한 뒤, 내 밥을 챙겼다. 앗... 사진... 아이들은 벌써 먹고 있었다. 괜찮다. 지금이라도 찍자.

  음... 이게 닭 볶음탕이야? 무슨 매콤한 삼계탕 같애~! 그리고 좀 싱거워~! 아니 삼계탕이 아니고 감자가 들어간 감계탕이야. 점수를 물으니 용제는 50점, 태후는 85점. 태후는 그래도 맛은 있다고 한다. 닭 볶음탕을 목표로 달리다가 길을 잘 못들어 감계탕이 되어 버렸다. 실패~!

 그런데 용제야~! 밥은 다 먹었는데 감계탕은 왜 계속 먹니? ㅋㅋ  고기잖아요 ㅋㅋㅋ 그래 많이 먹어라~~! 태후는 밥을 두 사발 먹었다. 대단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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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후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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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요일이다. 서핑하기로 한 날... 아이들을 데려다 주고 10층에서 조금 머물다 집으로 왔다. 빨래를 하고 설겆이를 하는 내내 약간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깊은 곳에서 빠지기라도 하면 어쩌지? 수영을 할 줄은 알지만 바다 수영은 다르다. 파도 때문에 몸을 가누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 말까?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꼭 해봐야지... 다시 한번 용기를 냈다.

  우선 해변으로 가서 보드 빌리는 가격과 파도가 어떤지 살폈다. 해변에서 빌리면 1시간에 $20, 구명조끼는 없다. 보드 타면서 구명조끼를 착용하면 위험하다고 한다. 구명조끼 때문에 물위에 떠 있으면 다른 보드에 부딪힐 수 있다. 오늘 파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나같은 초보에게는 적당해 보였다. 그래도 불안한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보드 대여 샵이 하나 더 있어서 가격을 알아봤다. 시간당 $7. 앗 훨씬 싸다. 보드는 여기서 빌리기로 했다. 집으로 가서 옷을 갈아입고 액션 캠을 준비하고 돈도 준비 했다. 샵에 가는 길에 다시 생각해 봤다. 아무래도 레슨을 먼저 받고 어느 정도 적응한 후에 혼자 하는게 좋을 듯 했다. 샵에서 가격을 확인해보니 1시간에 $80. 해변 샵에서 레슨 가격은 1인 레슨에 $145였는데 여기는 훨씬 쌌다. 다시 숙소로와서 $80을 챙겼다. 샵에서 레슨을 받겠다고 하니 오늘은 3시 부터 가능하단다... 헐... 그시간에는 불가능. 그래서 월요일 1시로 예약했다. 에혀 그럼 오늘은 책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야 하나...?

  다시 해변으로 가봤다. 그런데 바다 쪽으로 한참을 나간 사람이 보드에서 내려서 걸어가는 게 보였다. 물 깊이가 허리도 안되는것 같았다. 저정도라면 나도 가능하겠다 싶었다. 마음을 고쳐 먹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7과 캠, 수경을 챙기고 샵으로 다시 뛰었다. 보드 하나 빌리러 왔습니다. 네 $7.33 입니다. 헉... 세금이 붙는다. 미안하다고 애교를 부렸더니 깎아준다. ㅋㅋㅋ 드디어 해보는 구나, 써핑!

  보드를 잡고 파도를 바라보다가 파도가 오면 잽싸게 보드위에 올라타 팔로 노를 젓는다. 그러다 파도가 바로 뒤에 오면 벌떡 일어나 보드 위에 선다. 물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 하면 안된다.(깊지도 않다. ㅋㅋㅋ) 가끔은 파도를 못타서 또 가끔은 균형을 못잡아서 실패하지만, 또 가끔은 성공해서 신나게 탔다. 

  벌써 11년이 지났지만 몸이 약간은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월요일에 레슨을 받고 나면 더 잘 타게 되겠지? 용기를 가지자.

  서핑 보드 반납 시간이 20분이나 남았지만 아이들을 데리러 가야 해서 일찍 나왔다. 오늘은 펀치보울 가는 날. 버스타고 아이들을 데리러 ICC에 가는 길에 비가 왔다. 많이 왔다. 여기서 겪었던 그동안의 비와는 사뭇 달랐다. 편치보울에 가야하는데... 걸어야 하는데... 상황을 보기로 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버스를 기다리는데 비가 계속 왔다. 하늘을 보니 전체가 먹구름이었다. 아까 서핑 할 때는 하늘이 괜찮았는데... 하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주로 연기.

  아이들은 오늘 Activity시간에 로켓 런처를 만들었다. 어째 그럴싸 하다. 

  오늘은 외식하는 날이다. 아이들이 치킨을 외친다. 집 바로 앞에 food truck이 있는데 매일 저녁 음식 냄새로 우리를 괴롭힌다. 오늘 여기를 가보기로 했다. (Blue Ocean Seafood & Steak)

  야외 파라솔에 앉아서 먹었어야 했는데 비가와서 어쩔 수 없이 방에 와서 먹었다. 그런데 예상외로 맛있었다. 여긴 맛집이라고 본다.(호불호가 있을 수 있음 주의) 스윗 칠리 치킨 보울은 약간 짜긴 했지만 아이들이 시킨 하와이안 쉬림프, 바베큐 치키은 맛았었다. 태후는 예상보다 못하다고 했다. 약간 짜다고... 아빠가 해주는 된장찌게가 제일 맛있단다. ㅋㅋㅋ 용제는 언제나 쏘쏘.

  내일은 주말이다. 놀러갈 곳이 많다. 얘들아 오늘은 일찍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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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ICC에서 바닷가로 수영하러 가는 날이었다. 태후는 여전히 들떠있고 용제는 해파리가 약간 두려운 모양이었다. 식초를 챙겨주었다. 걱정하지 말라고도 했다. 하지만 무서운 걸 어쩌겠나. ICC에 도착하니 다른 아이들도 해파리 이야기를 했다. 나에게도 같이 가냐고 물어본다. 그래 같이 갈게 ㅋㅋㅋ

  등교길에 비가 잠깐 왔다. 비도 깨끗한 하와이는 무지게도 선명하다. 여러 모로 천국이다.

  아이들을 등교 시키고 10층에 앉아서 여유를 즐겼다. 오늘은 자리에서 좀 일찍 일어나야 했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1시까지 와야 하니까. 그런데 어제 Walmart에서 본 Google Smart TV Kit이 자꾸 생각났다. $49에 구글 홈 미니와 크롬캐스트를 살 수 있는데... 아직 국내에는 들어오지 않은 거 같았다. Walmart에서 프로모션으로 $74짜리를 $49(세금 포함해서 $51.31)에 구입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태후 때문에 구글 홈 미니를 살까 고민했었는데 크롬캐스트까지 덤으로 준다니... 참기가 어려웠다. Walmart가는 길에서 가다 돌아서다를 반복했다. 없어도 삶에 지장은 없으나 있으면 좋을 것 같은... 지름신이 내렸다. 그래서 질러 버렸다. 벌써 몇번째 인가? 썬글라스, 옷, Smart TV Kit까지... 유용하게 쓰면 되겠지. 영어모드로 해놓고 태후 영어 공부도 시켜야 겠다.


  집에 와서 밥을 먹고 옷을 갈아입고 다시 ICC로 갔다. 아이들은 밥을 먹고 옷을 갈아입은 채로 대기중이었다. 해파리 걱정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신나 했다. 자~ 이제 출~바알~~! Magic Island는 지난번에 갔던 Alamoana Beach 바로 옆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도보로 이동한다. 파트너 손 꼭 잡고.


  방파제 같은 구조물이 있어서 파도도 없고 안전해 보였다. 가드에게 문의 하니 해파리도 없다고 했다. 다행이었다. 아이들은 물에 들어가 노는 무리와 해변에서 모래놀이 하는 무리로 나뉘었다. 태후는 당연히 물이고 용제는 물가에서 놀았다. 그러나 모래놀이를 했다.

  태후의 생존 수영을 촬영했다. 해달 흉내도 냈다. ㅋㅋㅋ 모래가 많아 수중 촬영은 힘들었다.

물놀이가 끝나고 소금물을 씻고 잔디밭에서 몸을 말렸다.

  아이들에게는 물놀이 만큼 좋은게 없나보다.

  오늘도 즐거운 하와이 생활 마무리~~! 얘들아 오늘은 미역국이다. 내일은 치킨 외식이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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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후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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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와이에 온 지 11일이 지났다. 딱 절반이다. 시차 적응, 생활 적응이 끝났다. 밤에 잘 자고 아침에 잘 일어나고 때 되면 배고프고... 버스는 어디서 타고 어디서 내리는지, 식료품과 생활 용품은 어디서 사야 하는지 잘 안다.  엘리베이터 같은 좁은 장소에서 사람을 만나면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물론 모든 사람이 그러는 건 아니다.) 동선이 겹치면(예를 들어 좁은 통로를 양방향에서 접근할 때) 살짝 물러나 상대방의 길을 열어주거나 먼저 지나가면서 Excuse me 혹은 Sorry 라고 말해준다. 엘리베이터나 버스를 탈 때는 내리는 사람이 다 내리고 난 뒤 타고, 내 짐이 다른 사람을 건드리지 않도록 주의한다. 계속 신경쓰고 다녀야 해서 힘들 수도 있지만 이 사회를 유지하는 암묵적인 규칙 같은 것이다. 길거리나 버스 안에서 심하게 떠드는 사람도 없고 불쾌감을 주는 사람도 없다. 간혹 홈리스 같은 사람들이 버스에 자리를 틀고 개인 트렁크를 열어 짐정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 이해를 해주는 것인지 용납하는 것인지... 여튼 내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아무 걱정없이 평안하게 지내다가 돌아갈 수 있다. 누구라도.

  사람들에게는 각자 자기의 영역(Territory)이 있다. 이 영역을 보장 받기 위해 먼저 남의 영역을 존중 해주어야 한다. 이런 삶의 방식이 각자의 그리고 서로의 행복을 지켜주는게 아닐까 생각 해본다. 내가 남의 영역을 침범하기 시작하면 누구라도 나의 영역을 침범 할 수 있게된다.

  이런 태도(Attitude)가, 이 다양한 인종으로 이루어진 그리고 생활인과 관광객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 도시를 평화롭게 유지 시키는 근간일 것이다. 사실 서로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서로의 삶을 묻혀가며 얽힐만큼 시간이 넉넉한 사람들이 아니다. 잠깐 왔다가 금방 떠날 사람들이다. 그저 좋은 경험, 행복한 기억만 남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런 태도는 중요한 덕목일 것이다.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서로를 존중하며 배려하면 모두 다 좋은 기억을 남기는 행복한 여정이 될 수 있다. 모두 윈윈 하는 것이다.


  더 오래 머물수 있다면 좋을 텐데 기간이 짧다. 22일이 짧다면 욕할 사람도 있겠지만 제대로 하와이안이 되려면 너무너무 모자라다. 근처에서 하는 공연이 많을 텐데 아직 찾아보지 못했다. 아이들에게 훌라춤이 무엇인지 보여주지 못했다. 가능하면 나도 살짝 훌라춤을 배우고 싶은데...ㅋㅋ. 우쿠렐레도 배우고 싶다. 조깅 할 때 와이키키 해변 벤치에서 우쿨렐레를 배우는 어르신들을 봤다. 너무 좋아 보였다. 같이 앉아서 배우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서핑도 제대로 배우고 싶다. 적응이 어느 정도 끝나면 이번 주부터는 배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건 억지로라도 가봐야 겠다. 금요일에 꼭.

  먹고 살 물건들을 점검해 봤다. 한국에서 가져온 것도 아직 남아 있다. 내 주부 본능이 사들인 물건들도... 이번 주는 거뜬하다. 다음 주는 또 채우면 되고 ㅋㅋㅋ

  하와이에 왠만큼 적응하고, 하고 싶은게 생길만 하니 반환점 이라니... 더 가고 싶다... 하지만 돌아가야 할 곳이 있고 해야할 일이 있고... 그래도 이곳에서의 기억이 삶의 에너지가 되고 활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 여기서 받은 행복한 기운 업무 복귀해서 십분 발휘 하리라.


  아이들을 데려다 주고 Walmart에 들렀다. ICC가 부모에게 좋은 점 중 하나는 근처에 쇼핑몰들이 몰려있다는 것이다. Alamoana 쇼핑센터, Target, Walmart 그리고 돈키호테까지. 원하는 물건들을 저렴하게(솔직히 한국과 비교해서 많이 비싸다는 느낌은 안든다) 살 수 있다. 다만 쇼핑 욕구를 자극하는게 문제다. 보면 사고싶다.(지름 신이여 정말 나가시게~~!) 가방은 들고 들어갈 수 없어서 락카에 보관했다. 가방 없이 다니니 오히려 편했다.


  오늘은 Punchbowl Cemetery에 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Punchbowl은 화산으로 생긴 칼데라에서 물이 모두 빠져나가고 그릇(Bowl) 모양의 지형만 남은 곳이다. 이곳에 2차대전, 6.25,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여 목숨을 잃은 용사들이 잠들어 있다. 그들을 기념하기 위한 기념관도 있다. 그런데 인석들이 안 간단다. 꼭 가야할 텐데... 금요일에 가는 것으로 변경 했다.

  버스타고 집 근처 정류장에 내리자 마자 아이들이 용돈을 달라고 했다. 철석같이 기억한다. 용돈은 $3로 내렸다. 책을 사주고 내린 것이다. 아이들도 흔쾌히 허락했다. 기분 좋을 때는 내가 원하는 것을 들어준다. ㅋㅋㅋ 용돈을 받으면 당연히 군것질을 하러 상점에 들른다. 변함이 없다.

  집에 오자마자 개어서 포개 놓은 빨래를 정리 시켰다. 그리고 영어책을 읽을 때, 모르는 단어를 찾아볼 수 있도록 영어 사전 찾는 법을 가르쳤다. 이녀석들 이미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 척 했단다. 헐...

  저녁 준비를 하는데 석양이 멋져서 한컷.

  오늘 저녁은 소고기 뭇국이었다. 한국서 가져온 비땡고 간편식이라 냄비에 붓고 끓이기만 하면 된다. 아이들은 역시나 맛있게 먹었다. 저녁 먹고나서 쥬만지 영화 시청 후, 원카드 게임을 했다. 요즘 애들의 재미는 원카드 하면서 나를 놀려먹는 것이다. 조작(애들 말로 주작)은 물론 내 뒤로 살금살금 다가와 패를 몰래 보고 간다. 서로 상의 하기도 한다. 절대 이길 수가 없다. 못된 녀석들... 그래도 귀엽다.ㅋㅋ

  내일은 알라모아나 비치에 수영하러 간다. 나도 가기로 했다. 아이들이 해파리 걱정을 한다. 내일은 아무일 없을거라고 이야기 해줬다. 나도 그러길 빌어본다. 잘 자라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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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후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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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번째 주가 되었다. 주말에 신나게 놀아서인지 아침부터 학교가기 싫다고 했다. 딱봐도 월요병이었다. 한국에서 올 때 이놈의 월요병도 챙겨 왔던 모양이었다. 학교 안가고 놀러 가잔다. 하지만 안될 말. 오늘도 신나게 영어 공부하고 액티비티도 신나게 해야지~ 영어로 말하면서 ㅋㅋㅋ. 재미있게 수업하고 놀다 보면 월요병 없어질거야.

  아침 일찍 렌터카를 반납하고 아이들을 데려다 줬다. 역시 ICC 10층에서 공부 혹은 블로그에 글을 작성 했다. 주말에 아이들하고 하루종일 붙어있다보니 짬 내기가 어려웠다. 아이들 잠을 재워 놓고 틈틈이 쓰기는 했지만 밀렸다. 글 쓰려고 온 건 아니지만 한국에서 있는 가족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적는다. ㅎㅎ 그리고, 적다 보니 재미있다.

  어제까지 거의 100만원 정도 쓴거 같다. 장기간 사용할 물품도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절약 해야겠다. 오늘은 물만 사기로 했다. 집으로 돌아와 청소, 설겆이, 빨래... 그리고 독서(유시민 작가님의 '역사의 역사')를 하고 조깅도 했다. 한 치라도 아깝게 쓰는 시간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시간도 절약하고 있다.

  시간이 다 되어 아이들을 데리러 갔다. 오늘은 Alamoana 쇼핑 센터에 있는 서점(Barnes & Noble)에 들르기로 했다. 용제의 요청이었다. 아이들을 서점에 어찌 데려가야 할지 걱정 했는데 용제가 선수를 쳐줬다. 쌩유

  태후는 무조건 직진. 여기 저기 쳐다보며 자기가 알고 있는 것들을 집적대고 있었다. 아빠 이거봐. 이건 뭐야? 아빠 이거 알아? 이게 뭐냐면... 막 흥분하며 설명하기도 했다. 여기저기 쑤시고 다녔다. 용제는 처음부터 목표가 있었다. 해리 포터였다. 초판본을 사고 싶어 했지만 그게 있을 리는 없었다. 있을 만한 곳을 다 찾았지만 해리 포터는 나타나지 않았다. 용제의 눈에 실망이 어른거렸다. 하는 수 없이 내가 점원에게 문의했다. 점원을 따라간 곳에는 한 테이블 전체가 해리 포터 책이었다. 마법사 학교에서 기숙사를 정해주는 모자도 보였다. 용제를 찾았다. 그리고 헤리 포터 테이블 앞으로 데려왔다. 용제의 눈이 반짝 빛났다. 한권 골라보라고 했다. 이 책, 저 책을 살펴보는 용제의 얼굴이 밝지만은 않았다. 가만히 보니 책 가격이 엄청나게 비샀다. 너무 비싸네요... 내가 봐도 너무 비싸긴 했다. 하지만 용제 생애의 첫 외국 직구 서적이고 용제가 그리도 좋아하는 헤리 포터 책이니 얼마든 사주고 싶었다. 요즘 애들 말로 소장각. 결국 '마법사의 돌'을 골랐다. 용제는 좋아 했다. 집에 가서 사전 찾으면서 읽어봐야 겠다고 말했다.

    

  태후는 별로 사고 싶은 생각은 없는 거 같았다. 그러다 자기가 좋아 하는 스파이더맨 만화책을 보았고 그걸 사 달라고 했다. 그리고 해리 포터 카드 게임도...(원카드를 할 수 있는 일반카드가 아니라 구매 안함). 아... 태후가 좋아하는 것을 추천하면 태후도 영어책을 사기는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마블 코믹북 구역으로 인도 했다. 태후가 고른 것은 역시 아이언 맨. 태후도 흡족해 했다. 녀석들... 집에 와서 책을 열어본다. ㅋㅋㅋ 내용은 알고 보는거니? 엇 그러고 보니 오늘도 절약은 물건너 갔다. 지름신이여~! 내게서 나가시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이들이 나에게 물었다. 오늘 저녁은 뭐야? 방금 전까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걸 어떻게 알았지? 일단 하기로 했던 된장 찌게 라고 말 해줬다.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인터넷을 검색해 된장찌게 끓이는 법을 찾았다. 몇가지 재료가 없지만 그냥 해볼 만 했다. 호박이 없다고 하니 태후가 그냥 먹자고 했다.

  오늘의 요리는 된장 찌게.

  우선 재료들을 모두 손질해 놓았다. 감자는 적당한 크기로 잘라두고, 양파 껍질도 벗기고 역시 잘라 두었다. 팽이 버섯과 송이 버섯, 그리고 마늘까지 준비 했다. 마늘은 빻아야 하는데 도구가 없어 그낭 잘게 썰었다. 그리고 두부도 이쁘게 썰어 놓았다.

  준비 해놓고 보니 양이 너무 많아 보였다. 지금 쓰고있는 냄비로는 끓어 넘칠게 분명했다. 싱크대 서랍을 뒤지다 보니 뭔가 여명이 비치는 것 같았다. 바로 찜기였다. 찜기가 있을 줄이야 ㅋㅋㅋ 이거면 됐어.

  화력이 걱정인데, 일단 물을 끓여보기로 했다. 음... 예상대로 물이 끓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물이 슬슬 끓을 때 쯤 감자 부터 투척. 다시 끓기를 기다렸다가 버섯을 넣었다. 그리고 또 잠시 기다렸다가 양파와 요리수. 또 잠시 후 된장을 풀었다. 끓어서 쫄아들 것을 생각하며 약간 싱겁게 했다. 이 상태로 꽤 오랫동안 끓이다가 파, 마늘, 팽이 버섯 그리고 두부까지 넣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뚜껑을 덮었다. 맛있어야 할 텐데... 된장 찌게가 끓는 동안, 반찬을 담고 햄을 부쳤다. 엇 그제 돈키호테에서 시식하며 샀던 그 햄이다.

  이제 밥상을 차릴 차례. 시험대에 오르는 나의 세번째 요리(첫번째는 김치 찌게, 두번 째는 스테이크).

  또 조심스럽게 물었다. 맛이 어때? 엄청 맛있어. 여기와서 먹은 음식 중 일등이야. 밥을 두 그릇씩 먹었다. 밥을 다 먹고도 된장찌게를 더 달라고 했다. 국물이 맛있단다.

  캬~~~ 기분 좋다. 이 맛에 요리한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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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후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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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ICC에서 해변에 가는 날이었다. 애들은 아침 부터 신났다. 아이들에게는 말 안 했지만, 안전하게 노는지 확인할 겸 나도 가보기로 했다. 태후는 모자가 없어서 새로 하나 샀다.

  점심시간 쯤 도착해서 태후에게 모자를 전달했다. 내가 도착했을 때 아이들은 점심을 먹고 있었다.

  

  태후는 엄청 맛있었고 용제는 보통이라고 한다. 태후에게 맛없는게 있을까? 나도 잠시 알라모아나 쇼핑몰에 있는 LANAI에 들러 식사를 했다. 스파이시 타고

  밥 먹고 도착하니 아이들이 옷을 갈아있고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이들 얼굴 표정이 모두 밝다. 놀러 간다는 데 밝을 수 밖에.

  모두 미리 정한 파트너끼리 손을 잡고 선생님들과 함께 이동했다. 쇼핑몰과 찻길을 지나가야해서 걱정이긴 하지만 손 잡고 두 줄로 잘 따라갔다. 중간 중간에 선생님들이 길 밖으로 벗어나지 않도록 지도했다.  

  바다에 도착하자마자 바다로 뛰어들려고 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선생님의 통제하에 준비운동 부터 하고 입수. 신나게 논다. 애들은 애들이다. 바닷가에서 모래놀이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깊은 곳으로 가려는 아이들은 몇 번이고 탈출을 시도하다가 가디언의 제지에 풀이 죽은 듯 돌아온다. 난 수영 잘하는데 왜 못가게 하는 거지? 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얘들아 안전이 최우선이란다.

  한참을 놀다가 어느새 전부 모래 놀이에 푹 빠졌다. 20명 넘는 아이들이 다같이 모여서 물 막이 공사를 시작했다. 여러 웅덩이가 생기고 다시 운하를 만들어 웅덩이들을 연결하기 시작했다. 마치 뭔가 거대한 작업을 하는 것처럼 진지했다. 힘을 합쳐 멋진 걸 만들어 냈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아쉬워하는 얼굴들이지만 어쩔 수 없다. Times up! 바다로 들어가 모래를 털고 나왔다.

  바로 그 때 일이 터졌다. 한 아이가 해파리에 쏘였다. 따갑다며 바다에서 달려 나왔는데 자세히 보니 파란색 해파리가 목과 귀, 손에 걸려 있었다. 들고 있던 액션캠으로 해파리를 얼른 걷어내고 선생님을 불렀다. 아이는 아프다며 울기 시작했다.

  난생 처음 겪는 일이었다. 해파리에 쏘이면 어떻게 해야할지 전혀 알지 못했다. 몰려든 사람들이 바닷 물로 씻어내라고 했다. 아이가 바다물로 씻기 시작했다. 얼마나 아플지 나도 가슴이 아팠다. 부모도 없는 상황이어서 더 걱정이 되었다. 선생님이 어디론가 전화를 했고(학교 관계자나 의사에게 전화하는 것 같았다.) 주위에 있던 베이워치(해변을 지키는 분들)가 와서 이것 저것 물어본다. 영어로... 당황한 상황이라 한국말이 자꾸 튀어나오고 영어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가끔 숨 잘 쉬냐는 질문을 하는 것만 들렸던거 같다. 그리고 따뜻한 것을 대고 있으라는 말도... 나중에 정신이 들고나서 설명을 들었는데 처음 해파리에 쏘이면 심한 경우 숨을 쉬기 어려워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숨쉬기 힘들지 않은지 자주 체크해야한다고 한다. 얼마 후 학교에서 차를 가져와 아이를 데리고 갔다. 더 아프지 말아야 할텐데... 빨리 낳아서 건강하게 수업에 와야 할텐데...

  나도 손가락에 몇 방 쏘인거 같다. 아이가 차를 타고 떠나고 정신을 차려보니 손가락이 따끔 거렸다.

  해파리에게 쏘였을 때의 응급처방

    0. 해파리가 아직 몸에 붙어있다면 절대 손으로 만지지 말고 반드시 도구를 이용해서 제거 해준다.  

    1. 바닷물로 씻어준다.

    2. 쏘인 부위에 식초로 30초 이상 부어 해파리의 가시를 약화 시켜준다. 이때 식초를 부어주는 사람도 장갑을 낀다.

    3. 30분 정도 지나면 이 가시들을 제거해 준다. 베이킹 파우더를 뿌리고 카드 같은 것으로 긁어주면 된다.

    4. 그 후 통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따뜻한 물에 쏘인 부위를 담가 준다.

  다음번에 바다에 갈 때는 식초와 장갑을 준비해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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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후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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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먹을 시간이 되었다.  우선 밥을 안쳐 놓았다. 그리고 낮에 사온 스테이크를 요리하기 시작했다. 고기 세 덩어리에 소금과 후추 약간을 뿌려주고 잠시 옆에 두었다. 추가로 사온 브로콜리는 잘 씻어서 끓는 물에 살짝 데쳤다. 버섯도 잘 씻어서 잘라 놓았다. 그리고나서 뭘 해야하지? 잠시 고민하다가 브로콜리와 버섯을 먼저 볶아주기로 했다. 올리브 오일로 볶아줬다. 사실 올리브 오일 밖에 없다.

  이게 맛있을지는 모르겠으나 할 수 있는게 이것 밖에 없다. ㅠㅠ 너무 무모한 도전이 아니었나 잠시 후회했다. 처음에는 브로콜리와 버섯을 함께 넣고 볶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 다시 버섯을 골라내고 브로콜리만 볶았다. 다음은 버섯.

  볶은 브로콜리와 버섯을 따로 접시에 담아두고 고기를 구웠다. 우선 센 불에 앞 뒤로 구워 육즙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 하려고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여기있는 전기 레인지가 화력이 약하다. 조금 오래 켜두면 금방 바이메탈이 작동하여 불이 꺼지고 만다. 한쪽은 어찌어찌 구웠는데 반대쪽을 구우려고 뒤집으니 불이 꺼져버렸다. 대략 난감이었다. 어쩔 수없이 잠시 껐다가 다시 켜는 수 밖에 없었다. 새어나오는 육즙을 보며 망연자실 했다. 스테이크는 고기만 잘 구우면 되는데 그걸 망치고 있는 것이었다. 애들 말로 폭망하고 있는 중이었다.

  잠시 후에 다시 켜니 불이 들어왔고 속으로 제발 제발을 외치고 있었지만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육즙빠진 고기가 거의 다 익어 갈 때, 잠시 인터넷을 검색했다. 뭔가 도움이 될 만한게 있을까? 없었다. 나처럼 실수 한 사람들은 글을 안올리나 보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었다. 내가 사온 소스가 신맛이 난다는 거였다. 망한 고기, 소스로 살릴 수 있을까 했는데 이건 업친데 덥친격, 뺨 맞았는데 발까지 밟힌 격이었다. 오늘 저녁, 아이들이 걱정된다.

  용제 아빠가 챙겨준 장조림 통조림을 상에 추가로 올렸다. 밥 먹는 내내 장조림이 맛있다고 한다. 그런데 얘들아 고기는 맛있니?

  아이들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역시나 소스에서 신 맛이 난다고 한다. 소스를 걷어내고 먹어보라 권했다. ㅠㅠ 아빠가 미안하다~~! 밥을 다 먹고 다시 물었다. 오늘 저녁 점수는 몇점이니? 태후는 99.9점, 용제는 95점. 뭐... 뭐라고? 이게? 90점이 넘는다고? 애들이 엄청 배가 고팠나? 오랜만에 먹어서 고기 맛을 잊었나? ㅠㅠ

  얘들아 고맙다. 맛없는 스테이크 먹어주고 후한 점수까지 줘서~~!

  다음 번에는 그냥 고기로 구워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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