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마지막 날이다. 내일 오전에 공항으로 가니까 하와이에서 뭔가 할 수 있는 날은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최선을 다해서 즐겨보기로 했다.
피곤한 아이들을 위해 오늘은 좀 늦게 깨웠다. 평소 보다 약 30분(ㅋㅋ) 정도 더 자게 두었다. 대신 아침은 든든하게 밥으로. 오전에 이불을 포함한 빨래를 하고 짐도 추가로 더 쌌다. 혹등고래는 알로하 타워 근처에 있는 피어 8에서 Star of Honolulu를 타고 나가서 본다. 11시 15분 부터 체크인을 하고 12시 출항이니 10시 30분쯤 나가면 충분할 터였다. 버스는 19번 버스를 타고 가면 된다.
그런데 이상했다. 구글 맵에서 온다고 한 버스가 안왔다. 다음 버스는 30분 후... 지연되는 모양이었다. 하와이에서 버스 지연은 흔한 일. 조금 기다리면 온다. 19번 버스는 20분이나 지나서 왔다. 버스 기다리는데 많이 소비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괜찮았다. 12시까지만 가면 되는 거다. 그런데 버스가 매번 정거장에서 시간을 지체했다. 버스표를 사는 사람들도 많고, 버스를 잘 못 타고 몇 번 버스를 타고 가야하는지 묻는 사람들도...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가고 있었다. 이 속도로 가다가는 12가 넘어야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늘 이 일정부터 빠그라지면 완전 망친다는 생각에 우버를 검색했다. 우버를 타고 가면 훨씬 더 빠르다고 나왔다.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 그냥 아이들과 버스에서 내리고 우버를 호출했다. 다행히 우버를 타고 11시 40분에 티켓 오피스에 도착해 표를 받고 승선할 수 있었다.
여행에서, 특히 해외 여행에서, 더구나 마지막 날에 일정이 꼬이면 정말 난감하다. 그럴 때는 어쩔 수 없이 돈으로 메꿔야 한다. 목적지까지 시간 내에 반드시 가야하는 경우는 어쩔 수 없다. 충분히 여유 있게 나왔어도 이런 일은 발생한다. 아까워 하면 이도 저도 다 잃는다.
Star of Honolulu는 Whale watching, Sunset dinner show 로 유명한 투어 코스이다. 신혼여행이라면 바다에서 석양을 보며 디너쇼까지 참여해도 좋을 것 같아 보인다. 우리는 고래를 보러 왔다. 3개의 Stabilizer가 있어서 파도에도 흔들리지 않고 안전하다고 한다. 단점은 음식을 가지고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무스비를 사가서 중간에 밥을 먹으려 했으나, 음식 물 반입 금지. 물은 된단다. 어쩔 수 없이 선상 뷔페를 신청해서 먹었다. 성인 $18, 아이 $10. 총 $38을 추가로 지출했다. ㅠㅠ. 이 경우가 돈으로 메꿔야 하는 또 하나의 경우다. 배고프면 고래고 뭐고 다 소용 없다.
선상 뷔페는 꽤 맛있었다. 요리사가 직접 잘라주는 소고기까지 있었다.
맛있게 먹었는데... 폰카가 이상하다. 촬영 버튼을 누르면 살짝 딜레이가 발생한다. 타이밍이 안 좋았다. ㅠㅠ 우리 셋이서 총 8접시를 먹었다. 용제 3, 태후 2, 나 3. (태후는 후식을 내가 가져온 것으로 먹음) 아이들은 폴리네시안 문화센터 뷔페가 훨씬 맛있다고 했다. 여기 선상 뷔페는 데리야끼 치킨 이 제일 맛있다고 했다.
고래를 만나기 전에 배안 이곳 저곳을 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배는 뭐니 뭐니 해도 꼭데기가 최고지. 오하우 호놀룰루 지역을 모두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은 와이키키 비치와 다이아몬드 헤드를 보며 아는 곳이라고 좋아 했다. 다이아몬드 헤드가 보이는 곳에서 재미있는 사진을 찍었다. 안 찍는다던 용제도 태후가 하는 걸 보고 도전. 녀석 찍고는 싶은데 귀찮은가 보다.
그리고나서 길고 지루한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혹등고래(Humpback Whale)을 보기위해 한참동안 바다를 주시 했다. 카메라 촬영 준비도 완벽히 마쳤다. 혹시나 놓칠까 눈에 힘을 줘가며 수증기나 물기둥을 찾았다. 아무리 기다려도 안나왔다. 용제는 자꾸 내려가자고 한다. 용제에게 바로 밑 층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라고 했다. 태후도 따라가서 앉아 있었다. 고래가 나타나면 내가 알려주기로 했다. 또 다시 지루한 기다림... 갑자기 선장님이 방송을 한다. 1시 방향에 고래 출현. 잠시 수증기 같은 것이 보이고 고래 꼬리가 이어서 보였다. 방송을 듣고 태후가 올라오고 용제도 잠시 뒤에 올라왔다. 사람들의 환호성도 들렸다. 배에서 좀 먼 곳 이었지만 눈으로 선명하게 볼 수는 있었다.
배 바로 옆이나 밑을 지나간다면 너무너무 좋겠지만 대부분은 이렇게 멀리서 본다고 한다. 실망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점프하기를 바라며 작은 소리로 점프 점프를 외쳐봤다. 내말을 들어줄 리가 있나. 그렇게 멀리서 혹등고래가 물 품는 장면과 등, 그리고 꼬리 지느러미를 몇 번 관찰하고 나서 배는 다시 피어 8로 향했다. 멀리서지만 그래도 고래 등과 꼬리 지느러미는 봤다.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이 서핑하러 빨리 가자고 했다. 이녀석들 서핑을 엄청 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아이들이 보드를 하나 빌릴 것인지 두 대를 빌릴 것인지 물었다. 두대를 빌려 각각 태우면 안전에 문제가 있을 것 같고 하나만 빌리면 한명은 심심할테고... 고민되었다. 어떻게 하지?
용제는 아쿠아 슈즈가 있지만 태후는 없어서 타겟에서 하나 구입했다. 와이키키 앞바다에 돌(죽은 산호들)이 많아서 잘 못하면 발이 다칠 수 있다. 집에 오자마자 수영복으로 갈아 입었다. 그리고 보드 대여 샵인 moku로 향했다. 그리고 2대를 빌렸다. 어린이용이라 좀 작았다. 그리고 가벼웠다. 내가 앞쪽에서 두개를 들고 아이들은 각각 후미를 들었다. 드디어 서핑하러 바다로...
바다에 도착해서 발목 끈을 채우게 하고(보드 탈 때 뒤 쪽에 연결된 끈을 발 목에 묶어 준다. 안전을 위해서 묶는 것이다.) 배를 깔고 보드위에 눕게 했다. 그리고 수영 하듯 팔을 저으며 앞으로 전진. ㅋㅋㅋ 녀석들 조금 가더니 힘들단다. 녀석들아 세상에 쉬운게 어딨겠니~!
적당한 위치를 잡았다. 내 무릎정도 오는 깊이게 양쪽으로 세우고 한명씩 일어서는 동작을 가르쳤다. 생각보다 균형잡는게 어려운 모양이었다. 제대로 서지를 못하고 물에 빠져 버렸다. 태후는 몸무게가 좀 있어서 약간 더 힘들어 보였다. 균형이 중요한데... 원래 해변 모래위에서 해야하는 훈련인데 바로 물에 들어와서 균형 잡기가 더 어려웠던 모양이었다.
이렇게 몇번 하다가 한명씩 교대로 파도를 태웠다. 뒤에서 파도가 오는지 잘 보고 있다가 아이들에게 신호하고 밀어주고 그리고 한참 가다가 일어 서라고 신호를 줬다.
이놈의 물방울 때문에 촬영을 망쳤다. 용제는 서서 꽤 오래 갔다. 태후는 좀더 연습이 필요했다. 태후야 걱정 마~! 아빠가 더 가르쳐 줄게. 나도 잘 못하긴 하지만. ㅎㅎ
시간이 되어 보드를 반납하고 해변 수돗가에서 모래를 씻은 후 집으로 들어왔다. 아이들이 힘들단다. 당연히 힘들겠지. ㅋㅋ 이제 씻고 저녁 먹자~!
저녁은 소고기 무국에 짜장 덮밥이다. 애들은 짜장덮밥이 엄청 맛있단다. 그래도 일등은 된장찌게란다. ㅋㅋ
저녁 먹고 짐 정리를 다시 한번 했다. 초콜릿이 꽤 부피가 나갔다. 겨우 트렁크 닫음. ㅎㅎ. 짐정리가 끝 난 후 오늘 와이키키 차 없는 거리로 나갔다. 장이 열렸다. 피곤하지만 하와이 마지막 밤을 불 태워야지 ㅋㅋ
쥬스도 한잔 사먹고(자연 그대로라고 애들이 놀라면서 마셨다)
엄마 줄 목걸이도 사고
경찰 아저씨들과 사진도 찍고(우리가 찍고나서 사람들이 줄을 섰다. 다들 찍고 싶었는데 말을 못했었나보다. 우리가 일빠로 찍었다 ㅋㅋ)
큐브도 샀다.
샤라랄라 하고 별빛이 내려야 하는데 지름신이 또 내렸다. 엄마 생각하는 맘이 이뻐서 사주고, 마지막 밤이라 사준다. ㅋㅋ 이제 들어가 자자 내일은 일찍일어나서 공항가야 하니까. 잘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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